트랜지셔널 스타일은 세리프가 굵은 수직 기둥과 가로획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브라켓 세리프입니다. 세리프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면서 세련되고 정교한 인상을 줍니다. 획의 굵기는 굴기의 차이가 크며 글자의 축은 둥근 글자의 가는 부분을 연결하는 축은 거의 수직에 가까워 자연스러운 손글씨 느낌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글장의 폭은 글자간 차이가 있으며 눈물방울 모양이 좀 더 동그란 모양에 가까운 획의 마무리를 가집니다. 둥근 소문자의 열린 정도는 휴머니스트 양식에 비해서는 좁습니다. 트랜지셔널 스타일은, 펜으로 쓴 글자 형태에 기반을 둔 게럴드 스타일과 그 후 등장한 수학적 형태 양식 사이의 특징을 가지는, 말 그대로 과도기적 양식입니다. 이 양식의 시발점은 1700년경 프랑스 루이 14세의 명을 받아 필립 그랑정이 디자인한 왕의 로만입니다. 왕의 로마은 2304개의 모듈로 이루어진 그리드 위에 글자 하나 하나를 구현한, 형태의 정교함과 수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서체였습니다. 그리드에 입간 정교한 형태는 18세 활자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60여 년 후 영국의 존 베스커빌의 서체 디자인으로 재현되었습니다. 트랜지셔널 스타일의 특징은 획의 굵기의 차이가 그 이전 양식에 비해 더욱 뚜렷한 점, 세리프가 더욱 정교하고 예리한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이 게럴드 양식이 세련된 예라며, 글자의 둥근 부분의 축이 거의 수직에 가까워, 기계적 통일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시각적 표현의 증겁니다. 이 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서체에는 베스커빌, 푸르니에, 갤러도니아 등이 있습니다. 베스커빌은 1745년 영국 벙밍엄에서 존 베스커빌에 의해 세리프 서체의 고전적 아름다움에 통일된 질서를 부여한 서체를 위해 탄생되었습니다. 존 베스커빌은 영궁의 캘리그래퍼로 혁신적인 인쇄가 입니다. 서체에 대한 안목과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서체 디자인뿐 아니라 종이, 잉크, 인쇄 기술 등을 모두 한 차원 끌어올렸습니다.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은 절대 왕정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루이 14세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과 기념비 등의 반경을 벗어나기 어렵다. 루이 카토즈는 음악, 미술, 문학, 건축 등 예술을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한 군주였으며 그가 관심을 둔 예술의 분야에 타이포그래피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는 각 분야를 학술기관의 운영을 통해 장려했는데, 과학 아카데미에서 과학자와 수학자,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이 활자로 조각 주조해 왕실에서만 사용할 서체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왕의 로만입니다. 왕의 로만이 보여주느 제도된 글씨의 질서는 손글씨의 자연스러움과 대조를 이루며 새로운 글꼴의 유행을 예고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글씨 자체를 사랑한 영국 버밍엄의 존 베스커빌은 옻칠 공예를 하여 모은 재산을 투자해 인쇄소를 설립하고, 양질의 인쇄물을 만들기 위한 실험과 출판에 그의 열정을 쏟앗습니다. 그는 과학적 사고와 선견지명을 가진 매우 열정적인 사람으로, 프랑스에서의 왕의 로만 등 진보한 활자 형태의 동향을 의식했습니다. 1754년, 그가 여러 해 동안 연구해 발표한 서체 베스커빌은 당시 영국에서 널리 사용되던 캐슬론 과는 매우 다른 서체였습니다. 베스커빌은 가로획이 가늘어 굵기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세리프의 모양이 정교하고 일관되며 글자의 수직성이 강조된, 고전적 아름다움과 기계적 통일성을 함께 갖춘 서체였습니다. 다소 강한 시각적 질감과 높은 가독성이 특징인 캐슬론에 익숙한 영국의 독자와 전문가들은 베스커빌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서체뿐 아니라 가장자리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되던 동시대 출판물들과 달리, 양질의 흰 지면에 뚜렷이 인쇄된 검정 활자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베스커빌의 출판 디자인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베스커빌 서체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사람은 바다 건너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 이었습니다. 베스커빌은 개별 글자의 풍부하고 우아한 형태, 적당한 굵기와 소문자 높이 덕분에 오늘날에도 매우 인기가 있는 본문용, 제목용 서체입니다. 베스커빌은 1923년 영국의 모노타입 사에서 연구 재탄생시켜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여러 버전의 디지털 폰트가 나와 있으며 그중에서 1982년 미국의 ITC사에서 재현한 폰트에는 뉴 베스커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1996년, 캘리포니아 소재 디지털 폰트 전문회사인 에미그레사의 주자나 리코는 베스커빌의 특징적 모양과 비례를 유지하면서 굵기의 차이를 현저히 줄여, 본문용 서체로서 기능을 높인 서체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이 서체에, 독신으로 살던 베스커빌의 가정부였다가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사라 이브스의 이름을 붙여 서체 미세스 이브를 탄생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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