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럴드의 세리프는 굵은 수직 기둥과 작은 가로획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브라켓 세리프, 기둥 중심으로 좌우 대칭적 모양의 세리프이다. 획의 굵기는 휴머니스트 양식에 비해 굵기의 변화가 적다. 글차의 축은 둥근 모양 글자의 가는 부분을 연결하는 축이 기울어져 있으며, 글자의 폭은 휴머니스트 양식에 비해 글자각 폭의 변화가 적다. 획의 마무리는 부드럽고 눈물 방물 모양이며, 둥근 소문자의 열린 정도는 휴머니스트 양식에 비해 터진 정도가 크지 않고 소문자 e의 가로획이 수평으로 다른 글자들의 방향성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게럴드는 베네치아의 인쇄 출판업자인 알도 마누치오를 위해 프란체스코 그리포가 디자인한 서체 뱀보가 중심이 되어 파생한, 서체의 군이 가지는 형태 양식이다. 그리포의 디자인을 계승한 클로드 게라몽의 게라몬드가 16, 17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간 세리프 서체의 원천이 되었기에, 게라몬드와 알도의 이름을 결합한 게럴드라는 이름이 고안된 것이다. 게럴드 스타일은 기존 펜글씨의 영향으로부터 많이 벗어나, 획이 방향이나 굵기의 변화, 세리프의 모양 등이 휴머니스트 스타일에 비해 보다 균정하고 일관된 특징을 가진다. 이 양식의 전형적 서체로는 벰보, 게라몬드, 그랑정, 사봉, 미니언, 호플러 텍스트 등이 있다. 편안한 가독성을 보장해 주는 본문용 서체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벰보는 1495~1501년에 이탈리아 베네치아 프란체스코 그리포에 의해 탄생하였다. 인쇄 초기 손글씨 영향에서 벗어난 균정한 리듬을 지닌 인쇄 전용 서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프란체스코 그리포는 볼로냐에서 태어나 베네치아에서 주로 활동한 활자 조각가로 십 수 개의 서체를 조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남아 있는 실물은 없다. 벰보 이외에 단테, 폴리펄루스 등이 그리포의 디자인을 재현한 서체로 알려진다. 로마사 전문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은 르네상스를 일구어 낸 각계 인물을 통해 르네상스라는 공통적 시대정신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한 인물 중 출판과 인쇄를 통해 르네상스 정신을 펼친 뜻 있는 학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알도 마누치오다. 그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철학과 시 등을 품격 있는 출판물을 통해 전파한다는 꿈의 실현을 위해 알디네 출판사를 설립했고, 당시 볼로냐에서 활동하던 솜씨 좋은 활자 조각가인 프란체스코 그리포를 불러들였다. 알디네 출판사를 위한 프란체스코 그리포의 첫 작업은 피에트로 벰보주교의 논문 디 에트나를 출판하기 위한 서체 디자인이었다. 벰보는 이렇게 뜻 있는 르네상스 학자와 재능 있는 활자 조각가의 만남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 안정감 있고 우아한 형태는 새로운 서체 양식의 시발점이 되었다. 벰보의 등장을 경계로 1450년대부터 약 반 세기 동안 이른바 출판의 여명기에 사용되던, 주로 베네치아의 니콜라스 젠슨의 활자에 근간을 둔 서체 양식은 베네치안 스타일 혹은 휴머니스트 스타일으라는 이름으로 구별하게 된 것이다. 벰보는 획의 방향 변화에 따른 현저한 굵기 변화, 뭉툭한 끝마무리 등에서 볼 수 있는 펜글씨의 영향으로부터 많이 벗어나 인쇄 전용 서체로서 갖추어야 할 일관된 굵기와 방향, 리듬을 확보하고 세리프의 모양도 더욱 규칙적이고 정교해졌다. 벰보는 반 세기쯤 지난 후 프랑스에서 등장한 게라몬드의 모델이 된 서체로 16, 17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에 전파된 로만 서체의 시조였으나 역사의 진행 속에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모노타입, 라이노타입 등의 조판 기계는 손 조판에 의지하던 당시의 인쇄업계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초기에 조판 기계만을 판매하던 회사들은 급증하는 출판계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기계에 맞는 서체를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본문용 고전 서체들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1920년대에 영국의 모노타입사에서는 타이포 그래퍼이자 인쇄 역사가이던 스탠리 모리슨의 주도 아래 역사적 서체들을 새로운 기술에 맞는 서체로 되살리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벰보는 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1929년 그 옛 모습이 재현되었다. 스탠리 모리슨은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안목에 따라 고전적 서체를 되살리면서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잘 어울리는 이탤릭 서체와 한 쌍을 맺어주곤 했다. 벰보 역시 파트너이 이탤릭 서체를 얻게 되었고,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달필가인 지오반니 타글리엔테의 흘림체를 되살린 것이었다. 멥보는 글자 모양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소문자의 높이가 작은 구조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화면을 밝고 격조 있게 만들어 주어 현재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본문용 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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