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라몬드는 16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초기 세리프 서체를 인쇄라는 용도에 적합하게 보다 가독성 있게 디자인하기 위해서 클로드 게라몽이 만들었습니다. 클로드 게라몽은 파리에서 주로 활동한 프랑스의 서체조각가로 그가 조각한 서체들은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플랜틴-모레터스 미술관과 파리의 앙프리메리나시오날에 상당부분 보존되어 있습니다. 게라몬드는 16세기 프랑스에서 개발한 서체의 이름이자 수많은 갈래의 세리프 로만 서체가 파생한 원천입니다. 1450년대 독이의 마인츠에서 발명된 타입과 타이포그래피라는 기술은 서서히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는데, 특히 르네상스 정신을 꽃피운 베네치아의 출판 인쇄업과 맞물려 크게 발전했습니다. 이를 이어 서체와 서적 디자인의 다양한 실험으로 타이포그래피의 중심이 된 곳은 프랑스였으며, 그 중심에서 서체 조각가 클로드 게라몽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 새로운 로만 활자는 주로 그가 디자인했고 그의 디자인은 베네치아의 알도 마누치오의 출판사에서 제작된 휴머니스트 로만 서체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게라몬드는 르네상스 시대의 서체에 비해 인쇄라는 기술과 그 용도에 더욱 적합하도록, 시각적 질서가 고르고 가독성이 높은 방향으로 개발되었다. 손글씨의 영향은 여전히 보이지만 소문의 높이가 커지고 흭의 방향이나 세리프 등 획의 마무리 모양에서 시각적 통일성이 보입니다. 클로드 게라몽은 우수한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사업적 수완도 뛰어나 그가 만든 서체를 전 유럽으로 수출했다. 게라몬드는 유럽 각국이 자국의 기질을 반영하는 서체 디자인을 가지기 전까지 한 세기 이상 유럽 인쇄물의 표준 서체로 사용되었습니다. 게라몬드는 현재에도 아름답고 편안한 본문용 서체로서, 메시지에 품격 있고 부드러운 어조를 부여하는 제목용 서체로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타이포그래퍼 얀 치홀트가 독일의 서체 제작사들로부터 새로운 시대와 기술에 적합한 본문용 서체의 디자인을 의뢰 받았을 때 그가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 서체는 게라몬드였습니다. 그는 게라몬드에 바탕을 둔 보다 가독성 있는 서체 사봉을 디자인했습니다. 게라몬드가 당당히 로고 서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1989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새로운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선보였을 때입니다.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의 힘을 응축하여 보여주는 루브르 박물관의 위용과 비슷한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 서체는 게라몬드 외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게라몬드는 한 때 애플컴퓨터사의 전용 서체로서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그 친근한 모습이 유용함을 증명하였습니다. 19080년대에 미국의 IBM이 지배하던 컴퓨터 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낸 애플사의 컴퓨터는 사용성을 현저히 높인 인터페이스 디자인으로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편리한 사용성이라는 제품의 마케팅 포인트는 철저히 계획된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더욱 부각되었는데, 이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목소리를 담당한 것이 서체 게라몬드였습니다. 게라몬드는 현대적 감각에 맞춰 날씬하게 변형시킨 ITC사의 애플 게라몬드가 제품, 제품 패키지, 또 광고 캠페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젊은이들을 위한, 편한 친구 같은 애플만의 독자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 시킨 것입니다.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폴 랜드는 꼭 필요한 시각 요소만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지적인 디자인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시카고 미술관을 위한 카탈로그 커버 디자인에서 그는 흑백과 대비의 절제된 미학 속에서 하나의 글자가 가진 우아함을 극대화 했는데 이런 연출의 주인공 역시 게라몬드 이탤릭이었습니다. 전통과 명성에 힘입어 탄생한 오늘날의 많은 디지털 폰트 게라몬드는 같은 이름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디자이너들을 혼돈스럽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독일 스템펠사의 스템펠 게라몬드와 미국 어도비사의 어도비 게라몬드가 16세기 클로드 게라몽의 디자인에 가장 충실한다고 평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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